영천시가 숭렬당 일대와 한방신활력플러스센터에서 추진하는 할로윈 콘셉트 축제를 두고 시민사회의 우려와 재검토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과 축제 주제의 연관성, 시민 공감대, 공공행사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사 기획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최근 제기된 반대 의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영천 고유의 역사와 문화자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형성된 사회적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 그리고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행사인 만큼 세대와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 영천의 역사·문화자산과 축제 주제의 연관성 논란
올바른교육세우기학부모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영천시 지역축제에 할로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단체는 지역축제가 단순한 오락이나 흥행을 위한 행사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시민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천은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충효 정신과 임진왜란 당시 영천성 복성 전투의 의병 정신을 비롯해 보현산 별빛과 말 문화 등 다양한 역사·문화자산을 보유한 도시라는 점을 들었다. 이러한 고유 자산을 축제의 핵심 콘텐츠로 발전시키기보다 유령과 마녀 분장 등을 중심으로 한 할로윈을 주제로 삼는 것은 영천만의 차별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체는 외래문화 자체를 배척하기보다는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축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대도시의 상권과 테마파크 등을 중심으로 할로윈 관련 콘텐츠가 형성된 상황에서 영천만의 차별화된 이야기가 없는 축제를 추진할 경우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 어렵고, 예산 투입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특정 연령층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문화가 지역축제의 대표 주제가 될 경우 노년층을 비롯한 다양한 세대의 공감과 참여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숭렬당과 한방신활력플러스센터, 장소와 주제의 조화도 쟁점
시민 의견서에서는 축제가 열릴 예정인 장소와 할로윈 콘셉트 사이의 연관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시민들은 숭렬당이 역사적 의미를 지닌 문화유산인 만큼 장소의 성격과 가치를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적 공간에서 할로윈을 주제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충분한 설명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한방신활력플러스센터의 기능과 축제 주제 사이의 연결성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건강한 약초와 한방의 가치를 알리는 공간에서 할로윈과 사탕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어떤 목적과 효과를 갖는지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공공시설에서 진행하는 행사일수록 장소의 고유한 기능과 행사 목적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적·공익적 가치까지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태원 참사 이후의 사회적 정서와 안전 문제
할로윈 콘셉트 도입에 반대하는 또 다른 주요 이유는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다. 시민들은 당시 참사가 많은 희생자를 낳은 비극으로 남아 있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은 만큼 할로윈을 지역축제의 주요 테마로 활용할 때는 사회적 정서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정 문화를 즐기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과 연결돼 사회적 민감성이 존재하는 문화를 공공축제의 핵심 콘셉트로 채택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고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라면 흥행과 상업성뿐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가치, 공동체의 정서, 행사 운영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할로윈이라는 주제 자체가 곧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축제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실제 행사 규모와 운영 방식, 인파 관리 및 안전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 시민 공감대와 예산의 공공성 확보해야
이번 논란은 지역축제의 기획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얼마나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도 이어진다. 반대 의견을 낸 시민들은 지역축제가 일부 참여층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동체의 장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행사 주제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지역의 역사·문화적 특성과 장소의 성격, 참여 대상, 교육적 효과, 예산 투입의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인 만큼 기획 의도와 기대 효과를 시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올바른교육세우기학부모연합은 영천의 보현산 밤하늘과 별빛, 와인, 말 문화, 의병 역사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영천만의 차별화된 축제 콘텐츠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시민 의견서 역시 할로윈 콘셉트를 재검토하고, 보다 많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주제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 지역성을 살린 대안 마련과 행정의 설명 필요
이번에 제기된 의견의 핵심은 외래문화의 수용 여부를 넘어 지역축제가 어떤 가치와 정체성을 지향해야 하는가에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현대적 콘텐츠를 결합해 관광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시민 공감대와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방축제 기획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천시는 할로윈 콘셉트 도입의 목적과 프로그램 구성, 숭렬당 및 한방신활력플러스센터와의 연계성, 시민 참여 방안 등을 명확히 설명하고 제기된 우려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행사 장소와 규모에 적합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시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소통 절차도 살펴봐야 한다.
지역축제의 경쟁력은 특정한 유행을 따르는 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역이 가진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축제의 지속성과 차별성이 달라질 수 있다.
할로윈 콘셉트를 유지할지, 다른 주제로 변경할지에 대한 최종 판단과 별개로 이번 논란은 영천시가 지역의 정체성과 시민의 목소리를 축제 기획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천시 관계자는 “저희 주 목적은 서부동 특화거리 홍보랑, 폴리마켓으로 갈 예정이고 할로원 컨셉트 같은 경우에는 우려사항이 많기 때문에 최소화해 가면만들기나 알상체험 그 정도만 진행할 예정입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