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음악적 전통과 지역 문화예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제30회 왕평가요제가 30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무대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영천강변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린 이번 왕평가요제에는 시민과 관광객 등 2만여명이 운집해 가을밤을 수놓은 음악의 향연을 함께했다. 전국 예선을 거쳐 치열한 경쟁을 뚫은 12명의 본선 진출자들은 각자의 음악적 색깔과 가창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올해 대회는 단순한 가요 경연을 넘어 30년 동안 이어져 온 지역 문화예술 축제의 역사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왕평가요제는 영천 출신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왕평 선생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지역 대중음악 발전과 신인가수 발굴을 위해 이어져 온 대표적인 음악축제다. 30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참가자들이 이 무대를 거쳐갔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가수로 성장해 다시 왕평가요제 무대를 찾으며 대회의 역사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실력파 12명, 왕평의 무대에서 음악적 역량 겨뤄
이번 본선 무대에는 전국 예선을 통과한 12명의 참가자가 올라 수준 높은 경연을 펼쳤다.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들은 대중가요의 다양한 장르와 정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무대에 올랐다. 안정적인 가창력은 물론 곡에 대한 이해와 감정 표현, 무대 구성과 전달력 등이 어우러지면서 참가자 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객석에서는 참가자들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으며, 관객들은 단순히 경연의 승패를 넘어 각 참가자가 보여준 음악적 개성과 열정을 함께 즐겼다. 이번 대회가 지역 주민만을 위한 행사를 넘어 전국 단위의 음악 경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심사는 김천중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안동역에서’, ‘다 함께 차차차’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사가 김병걸 씨와 권혁식·김병기·강태규·공정식 씨 등 국내 가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사·작곡가 6명이 맡았다. 전문 음악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참가자들의 가창력뿐 아니라 곡 해석력과 표현력, 무대 전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경연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김천중 심사위원장은 “제30회 무대는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는 기념비적인 자리를 넘어 다가올 새로운 30년을 향해 힘차게 비상하는 아름다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박재인 씨 ‘안녕’ 열창… 대상 수상치열한 경연의 최종 승자는 경기에서 참가한 박재인 씨였다. 박재인 씨는 이날 ‘안녕’을 선곡해 안정된 가창력과 깊이 있는 감정 표현을 선보이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곡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보여주며 높은 평가를 받아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 수상자인 박재인 씨에게는 상금 800만원과 가수 인증서가 수여됐다.
‘경연’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음악 플랫폼’으로이번 제30회 왕평가요제에서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역대 왕평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 것이다. 1부 축하공연에는 이춘자·이종민·이새벽·최유진·한아름·세운·김미진 씨 등 왕평가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린 선배 가수 7명이 출연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후배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왕평가요제가 걸어온 30년의 시간을 음악으로 연결했다.
신인 참가자에게는 꿈을 향한 출발점이 되고, 기존 가수들에게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되돌아보는 무대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왕평가요제의 문화적 가치도 더욱 부각됐다. 이는 왕평가요제가 단순한 일회성 가요 경연대회를 넘어 신인 발굴과 예술인 성장, 세대 간 교류, 지역 문화예술의 계승이라는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대중음악 스타 총출동… 축제의 완성도 높여본선 경연과 함께 마련된 초대가수 공연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 박상철과 전유진, 대중음악계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박남정, 그리고 김예진 등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축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경연 참가자들의 긴장감 넘치는 무대와 정상급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조화를 이루면서 영천강변공원 특설무대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대규모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했다. 특히 2만여 명의 관객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을 매개로 소통했다는 점은 왕평가요제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지난 30년을 넘어 새로운 30년으로”최종윤 (사)한국예총 영천지회장은 “이번 제30회 왕평가요제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뜻깊은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삼 영천시장은 “앞으로도 왕평 선생의 예술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과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기태 영천시의회 의장은 “어느덧 서른 번째 무대를 맞이하기까지 걸어온 시간은 곧 왕평 선생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해 온 우리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이 쌓여온 시간”이라며 대회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30년은 단순히 행사가 지속됐다는 의미를 넘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적 자산이 축적돼 왔다는 의미를 갖는다. 왕평가요제 역시 그동안 수많은 참가자와 관객, 예술인들이 함께 만들어 온 시간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제30회 무대는 이러한 축적된 역사 위에 새로운 30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영천 대표 문화브랜드 넘어 전국 음악축제로 도약 기대왕평가요제는 이제 ‘지역 가요제’라는 기존의 틀을 넘어 영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전국의 음악인들이 참여하고, 전문 작사·작곡가들이 심사에 참여하며, 역대 수상자들이 다시 무대에 서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축제를 즐기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로서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왕평이라는 지역의 역사적 예술인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대중음악을 연결하고, 신인가수 발굴과 시민 문화 향유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은 왕평가요제만의 차별화된 문화적 가치로 평가된다.
30년의 시간을 지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왕평가요제.영천의 가을밤을 음악으로 채운 이번 무대는 왕평 선생의 예술정신을 오늘의 대중음악으로 계승하고, 지역의 문화적 자긍심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문화예술 축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앞으로 왕평가요제가 지난 30년의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인 발굴과 문화콘텐츠 개발, 시민 문화 향유 확대를 아우르는 전국적인 음악축제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