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의회 최순례 의원이 1,500년 역사를 간직한 고대 수리시설 ‘청제(菁堤)’를 중심으로 환경안전과 국가유산 보존, 문화관광 활성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책 대응을 영천시에 주문했다.
최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제254회 제1차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청제와 국보 청제비의 역사·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산업단지 화재에 따른 오염 위험부터 국립저수지박물관 유치, 국가 사적 승격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까지 청제를 둘러싼 주요 현안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번 시정질문은 단순한 문화유산 보존을 넘어 청제를 환경·역사·교육·관광을 연결하는 지역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청제 오염, 사후 대응 넘어 사전 차단체계 구축해야”최 의원은 먼저 지난해 채신공단 화재 당시 발생한 오염수의 청제 유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산업단지와 청제 사이의 환경안전 관리체계를 점검했다. 특히 당시 수질 및 퇴적토 정밀검사 결과와 함께 향후 유사 사고 발생 시 오염수가 청제로 직접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완충저류시설 및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 계획을 질의했다.
영천시는 화재 직후 농업용수 사용을 중단하고 오염수 위탁 처리와 긴급 정화작업을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또 지속적인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수질이 사고 이전 수준으로 개선됐으며, 페놀류가 검출되지 않았고 퇴적토에서도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천시는 영천일반산업단지가 법정 완충저류시설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사고 발생 시 오염수와 소방용수가 청제로 직접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인공습지 복구와 수문 설치 등 시설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이 같은 사후적인 정화와 검사에 그치지 않고 오염물질의 청제 유입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상시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국립저수지박물관 유치…“청제 일원을 핵심 공간으로 검토해야”이어 국립저수지박물관 유치와 관련해서는 청제 일원의 역사적 상징성과 공간적 연계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최 의원은 청제가 국보 청제비·청제중립비를 비롯해 《청제문부》 등 관련 역사문화유산과 함께 고대 수리시설의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는 핵심 공간인 만큼, 박물관 건립 역시 청제의 역사적 맥락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 검토 부지에서 벗어나 청제 일원을 박물관 건립 후보지로 공식 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국립저수지박물관 유치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행정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영천시는 풍락지 일원 타당성조사 용역을 위해 국비 2억원을 건의했으나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향후 정부 정책 변화와 국비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추진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청제 일원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및 매장유산 유존지역에 해당해 국가유산 영향 검토와 시·발굴조사 등 선행 절차가 필요한 만큼, 부지 변경 여부는 보존 가치와 각종 행정절차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국가 사적 승격부터 세계유산까지…단계적 추진 예고청제의 국가유산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후속 절차도 주요 질의 대상에 포함됐다. 최 의원은 청제의 국가 사적 승격과 청제비의 가치 제고를 비롯해 세계관개시설물유산(HIS),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 마련을 촉구했다.
영천시는 지난달 25일 청제 제방에 대한 시추 및 지반조사를 실시했으며, 현재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청제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규명한 뒤 연내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위원회 사적분과회의에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서는 우선 국가 사적 지정 절차를 추진하고, 이후 국내 유사 유산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 등과 협력해 국가 차원의 등재 절차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시정질문 통해 ‘청제 정책’ 장기 로드맵 필요성 제시이번 최 의원의 시정질문은 청제를 둘러싼 개별 현안을 하나씩 짚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안전-국가유산-박물관-관광·교육-세계유산 등재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정책 연계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산업단지 화재에 따른 오염 위험은 시민 안전과 농업용수 관리의 문제로, 국립저수지박물관은 문화·관광 및 교육 인프라 확충의 문제로, 국가 사적 및 세계유산 등재는 영천의 역사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과제로 연결된다.
최순례 의원은 “청제는 단순히 오래된 저수지가 아니라 1,500년 동안 이어져 온 영천의 역사이자 선조들의 수리기술과 농업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이라며 “청제를 제대로 보존하는 동시에 미래세대가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제와 청제비의 역사적 가치를 국가적 차원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행정의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국가 사적 지정과 국립저수지박물관 유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각각의 사업으로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큰 정책 틀 안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