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의 이·통장 무제한 연임제도를 둘러싸고 주민의 실질적인 선택권과 지역사회 세대교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영천시의회에서 나왔다.
영천시의회 조상임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제254회 제1차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영천시 이·통장의 장기 재직 실태를 공개하고, 현행 임기 및 연임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조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영천시 이·통장은 모두 415명으로, 이 가운데 68명(16.4%)이 2016년 이전부터 계속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가 20년 이상 장기간 이·통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 의원은 장기 재직 현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2015년 ‘영천시 이·통장 임명 및 반장 위촉 등에 관한 규칙’ 개정 당시 기존 재직자에게 연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경과조치가 마련됐고, 지난해에는 연임 제한 규정 자체가 폐지되면서 장기 재직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약화됐다는 것이다.
“지역 대표성, 특정인 장기 재직으로 고착돼서는 안 돼”조 의원은 이·통장이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지역 인력인 만큼 임명 과정에서도 주민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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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기간 동일 인물이 이·통장직을 맡게 되면 새로운 인재가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고, 지역사회 내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경북도내 인구 상위 10개 시·군의 관련 제도를 비교한 결과, 영천시와 영주시만 연임 횟수 제한과 연임 시 주민총회 재신임 절차가 모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의원은 안동시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동시는 원칙적으로 임기 상한을 설정하되, 일정 횟수 이상 공개모집을 실시했음에도 후보자가 없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연임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조 의원은 이 같은 제도가 농촌지역의 현실적인 인력 부족 문제와 주민의 선택권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비밀투표 없는 구두 추대도 도마 위이·통장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투명성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조 의원은 일부 현장에서 비밀투표가 실시되지 않고 관행적인 구두 추대 방식으로 연임이 이뤄지는 사례가 있다며, 주민들이 후보자를 충분히 비교·선택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통장에 대한 주민들의 해임 요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해임 요청에 필요한 정족수 등 관련 요건도 주민 견제가 가능하도록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히 이·통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차원을 넘어 선임부터 연임, 주민 재신임, 해임까지 전 과정에 주민 참여와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병삼 시장, “장기 재직 문제 공감…안동시 모델 적극 참고”
김병삼 영천시장은 농촌지역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면서도 조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시장은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후임자 확보가 어려운 현장의 현실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장기 재직으로 인한 세대교체의 어려움과 새로운 인재 발굴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동시의 제도에 대해서는 향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시장은 “원칙적으로 임기 상한을 두되 후보자가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연임을 인정하는 안동시의 방식은 후임자 확보와 장기 재직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즉각적인 규칙 개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시장은 “지난해 규칙이 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즉각적인 개정은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타 시·군 사례와 주민 및 이·통장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선택권과 행정 현실,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이번 시정질문은 영천시 이·통장 제도를 단순한 행정조직 운영의 문제가 아닌 주민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이·통장은 주민과 행정기관을 연결하고 지역 현안을 전달하는 생활행정의 최일선에 있는 만큼, 그 역할의 중요성이 큰 만큼이나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주민 대표성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새로운 이·통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향후 제도 개선의 핵심은 ‘임기 제한’과 ‘후임자 확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절충점을 찾는 것에 있다.
특히 일정 기간 이상의 장기 재직을 제한하되 후보자가 없는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연임을 허용하고, 연임 과정에서는 주민 재신임과 투명한 선출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영천시가 조상임 의원의 문제 제기와 김병삼 시장의 답변을 바탕으로 주민과 이·통장단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어떤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의 대표는 지역 주민의 신뢰와 선택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는 원칙과 농촌지역의 현실적인 인력난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영천시 이·통장 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