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기다림 끝에 문을 연 렛츠런파크 영천이 개장 첫날부터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경북권 새로운 경마·레저 거점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마사회는 13일 경북 영천시 금호읍 일대에 조성한 렛츠런파크 영천에서 공식 개장식을 개최하고 국내 최초의 ‘권역형 순회경마’ 운영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2009년 후보지 선정 이후 17년 만에 개장한 렛츠런파크 영천은 서울, 부산경남, 제주에 이어 국내 네 번째 경마공원이다. 특히 기존 경마공원과 달리 부산경남에서 활동하는 경주마와 기수가 매주 일요일 영천으로 이동해 경주를 펼치는 순회형 운영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국내 경마 시행체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개장 첫날 1만명 운집…경마와 가족 나들이 결합이날 개장식 현장은 영천에서 처음 펼쳐지는 경주를 직접 관람하고 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이른 시간부터 활기를 띠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개장 당일 렛츠런파크 영천을 찾은 관람객은 어린이를 포함해 1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어린이 약 1,600명이 현장을 찾으면서 경마 관람뿐 아니라 가족 단위 체험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레저공간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개장식에는 우희종 한국마사회장, 이만희 국회의원, 김병삼 영천시장, 이춘우 경북도의회 부의장, 하기태 영천시의회 의장, 이진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등 주요 인사와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했다. 식전 축하공연과 개장 퍼포먼스에 이어 실제 경주가 진행되면서 현장의 열기는 한층 고조됐다. 이날 렛츠런파크 영천에서는 개장 기념경주를 포함해 모두 6개 경주가 펼쳐졌다.
역사적인 첫 경주 주인공은 ‘모멘텀’영천에서 처음 시행된 공식 경주의 주인공은 ‘모멘텀’이었다. 이날 제1경주로 열린 총상금 1억5천만원 규모의 ‘렛츠런파크 영천 개장기념’ 경주에서는 정도윤 기수가 기승한 한국산 3세 암말 ‘모멘텀’이 막판 역전승을 거두며 영천 경마의 첫 승리마로 기록됐다.
모멘텀은 경주 초반 중하위권에서 차분하게 경주를 전개한 뒤 종반 승부처에서 뒷심을 발휘했다. 앞선 말들을 차례로 추월한 모멘텀은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역전에 성공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으로 모멘텀이 차지한 순위상금은 8,250만원.특히 이번 경주는 모멘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난해 10월 데뷔한 이후 가장 긴 거리인 1,800m에 처음 출전한 데다 새로운 영천 경주로에 대한 적응력까지 요구됐기 때문이다. 결국 모멘텀은 거리 적응과 새로운 주로라는 두 가지 변수를 모두 극복하면서 렛츠런파크 영천에서 역사적인 첫 개장기념경주 우승마라는 기록을 남겼다.
경마팬 입장에서는 향후 영천 경주로에서 어떤 말들이 강점을 보일 것인지 기존 부산경남 경주마들의 주로 적응력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핵심은 ‘권역형 순회경마’…부산경남 경주마가 영천으로렛츠런파크 영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권역형 순회경마’다. 기존 경마는 특정 경마공원에 경주마와 기수가 상시 활동하는 형태가 중심이었다. 반면 영천은 기존 경마자원을 활용해 경주마와 기수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현지에서 경주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운영방식에 따르면 부산경남에서 활동하는 경주마와 기수들이 매주 일요일 영천으로 이동해 경주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별도의 경주마 자원을 대규모로 새롭게 확보하지 않고도 대구·경북권에서 현장 경마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권역형 순회경마의 핵심이다. 경마 시행지역을 확대하면서 기존 경마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마산업의 지역 확장 모델로도 의미가 있다.
54두 경주마, 125㎞ 이동…‘피트스톱’ 방식으로 안전 점검경주마의 이동과 안전관리 역시 영천 순회경마의 중요한 요소다. 개장 당일에는 총 54두의 경주마가 특수 수송차량 11대에 나뉘어 부산경남에서 영천까지 약 125㎞를 이동했다. 경주마에게 장거리 이동은 단순한 운송 이상의 관리가 필요한 과정이다.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컨디션 변화가 실제 경주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영천 도착 후 수의사와 장제사 등 전담 인력을 투입해 경주마 상태를 신속하게 확인했다. 특히 청진과 발굽 상태 확인 등 주요 항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이른바 ‘피트스톱’ 방식의 정밀 검진을 실시해 경주마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한 뒤 경주에 투입했다. 앞으로 영천 순회경마가 매주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경주마 이동 및 현장 검진 시스템의 완성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천, 대구·경북권 새로운 경마·관광 거점으로렛츠런파크 영천은 단순히 경주를 시행하는 경마장에 그치지 않고 가족 단위 방문객을 겨냥한 레저·관광 공간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개장 첫날 어린이 1,600명을 포함해 1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린 것은 지역민과 가족 단위 고객의 관심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경주 관람과 함께 가족 체험 프로그램, 지역 먹거리 등을 결합하면서 기존의 경마팬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가족형 여가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대구·경북권에서 접근 가능한 새로운 주말 레저 콘텐츠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지역 관광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주목된다.
2단계 사업·철도 연계 등 향후 과제렛츠런파크 영천의 개장은 완성점이라기보다 장기적인 지역개발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김병삼 영천시장은 개장식에서 "향후 2단계 사업을 비롯해 대구도시철도 영천 연장, 한국마사회 본사 유치 등을 연계해 렛츠런파크 영천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말산업·문화관광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마산업 측면에서도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천 경주로가 경주마들의 새로운 경쟁 공간으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느냐는 점이다.
특히 부산경남 경주마들이 매주 이동하는 순회경마 구조인 만큼 경주마의 이동 부담, 주로 적응력, 경주마 컨디션 관리, 현장 수송 및 검진 시스템 등이 장기적인 운영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반대로 안정적인 운영이 정착될 경우 대구·경북권 경마팬의 현장 관람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고, 지역 관광과 말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경마공원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우희종 회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보답”우희종 한국마사회장은 개장식에서 17년 동안 개장을 기다려온 영천시민과 경북도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강조했다. 우 회장은 개장 첫날 현장을 가득 채운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렛츠런파크 영천을 온 가족이 즐겨 찾는 레저공간으로 만들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상생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7년의 준비 끝에 첫 경주 성공적으로 마친 렛츠런파크 영천개장기념경주 우승마 ‘모멘텀’의 역전승으로 시작된 영천의 첫 경마는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라는 흥행 성적표까지 받아들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첫날의 열기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매주 일요일 지속되는 경마문화와 지역 관광 수요로 연결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 ‘권역형 순회경마’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선 렛츠런파크 영천이 부산경남의 경주마 자원을 활용해 대구·경북권 경마시장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영천이 새로운 경마·말산업·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경마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