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경마공원 개장을 앞두고 경마공원 인근 금호읍 성천리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성천리 주민 30여명은 지난 11일 오전 8시부터 영천경마공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마공원 조성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당초 주민들에게 제시했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성천리 청년회와 향우회를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경마공원 개장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개장에 따른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서는 안 된다며 영천시와 한국마사회, 관계 기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마을 곳곳과 집회 현장에는 ‘피해 주민 대책 없는 개장·본사 이전 결사반대’, ‘경마장 모래먼지로 농사 망친다’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민들은 특히 경마공원 조성 과정에서 발생한 주택 균열과 소음·진동 피해, 향후 경마 시행에 따른 교통량 증가와 농업환경 피해 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장이 추진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성천리 주민 대표단은 이날 집회에서 주민들의 입장을 담은 8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공개하고 영천시와 한국마사회에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주택 균열 등 피해부터 제대로 조사하고 보상해야”
첫 번째 요구사항은 주택 균열 피해에 대한 해결과 보상이다. 주민들은 경마공원 조성 과정에서 발생한 주택 건물 균열 등에 대해 보수·복구 대책을 마련하고, 소음과 진동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 피해까지 조사해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경분쟁조정 결과가 주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결정될 경우 영천시가 후속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피해 해결을 위한 책임 주체와 구체적인 이행 일정까지 명확히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경기일 교통대책·마을 진입로 보장도 요구
경마공원 운영이 본격화될 경우 경기일을 중심으로 차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교통 및 보행 안전대책도 요구했다. 주민들은 차량 집중에 대비한 교통 분산과 주차 유도 대책을 마련하고, 성천리 주민들이 이용하는 마을 진입로와 농로가 경마공원 방문 차량으로 인해 사실상 차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로와 배수로, 가로등, 경사로 등 마을 기반시설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위험지역에는 CCTV 등 방범시설을 확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여기에 정기적인 순찰과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상시 연락·통신체계까지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하수·토양 오염 및 모래먼지·악취 대책 촉구
농업지역인 성천리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피해 예방대책도 주민들의 주요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주민들은 농업용 지하수와 토양의 오염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정된 장소에서 연 4회 시료를 채취해 경북환경보건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서면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경마공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래먼지와 마분·분뇨, 사료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 및 해충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야간 운영에 따른 소음과 진동을 줄이고, 방역과 위생관리를 위해 월 1회 방역·소독을 실시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주민들은 “경마공원이 운영된 이후 실제 어떤 환경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을 안길 정비 등 실질적인 환경개선 필요
주민들은 경마공원 인근 마을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도 요구했다. 단순한 일회성 정비가 아니라 마을 안길을 정비하고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설치하는 등 주민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마공원 조성으로 인해 생활환경에 변화가 발생한 만큼 마을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지속적인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차 사업 전 주민 이주대책 마련해야”
주민들의 요구 가운데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는 이주 문제다. 성천리 주민들은 경마공원 2차 사업에 착공하기 전에 성천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이주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한국마사회 본사 이전 등이 추진될 경우에도 주민들에게 사전에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충분한 협의와 조율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경마공원 사업 규모가 확대될 경우 생활권과 주거환경에 추가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업 추진에 앞서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치 당시 약속한 주민 우선채용 이행하라”
경마공원 유치 당시 제시됐던 주민 우선채용 약속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은 성천리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우선채용을 조속히 이행하고, 실제 채용 과정에서 해당 약속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 측은 법적·제도적 한계로 인해 성천리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일괄적인 채용은 어렵지만, 채용 과정에서 가점 등 가능한 범위의 배려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피해마을 지정·발전기금 등 지역 상생대책도 요구
주민들은 성천리를 ‘경마공원 피해마을’로 지정하고 경마공원 운영으로 발생하는 세수와 지역경제 효과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아울러 경마공원 운영에 따른 지역경제 및 세수 효과를 바탕으로 수익에 비례한 지원금 또는 발전기금을 마련하고, 각종 마을 지원사업에서도 성천리를 우선적으로 배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경마공원이 지역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주민들이 감수해야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지원과 지역 상생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영천시·마사회 참여 상설협의체 요구
마지막 요구사항은 갈등을 일회성 민원으로 처리하지 않기 위한 상설협의체 구축이다. 주민대표와 영천시, 관계 기관, 한국마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피해 접수부터 조사, 보상, 사후관리까지 일관된 처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협의체가 구성되면 경마공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후속 조치를 확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사회 “법적 기준 이하…설명회 등 소통 노력”
한편 한국마사회 측은 그동안 경마공원 조성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 문제 등에 대해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마사회에 따르면 부지 내 암반 폭파 과정에서 측정된 진동 수치는 최대 0.108cm/s로 법적 기준치 이하였으며,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모두 13차례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 청취에 노력해 왔다.
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법과 제도상 특정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일괄 채용에는 한계가 있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가점 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피해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환경부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마사회 측은 해당 절차가 사실상 재판에 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11~12월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분쟁조정 결과가 갈등 해결의 분수령 될 듯
성천리 주민들이 경마공원 개장을 앞두고 직접 집회에 나서 구체적인 8대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경마공원과 인근 주민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특히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피해 보상 관련 결정과 향후 영천시의 추가 조사 및 후속 대책이 갈등 해결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민들은 경마공원 자체의 운영 여부보다 주민들의 생활권과 재산권, 농업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마사회는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주민들과의 협의를 지속해 왔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경마공원 개장이 영천의 새로운 지역경제 활성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사업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인근 주민들이 체감하는 피해와 우려를 함께 해결하는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경마공원 개장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한 후속 대책과 함께 주민·영천시·한국마사회가 참여하는 상시적인 협의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