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영천의 한 문화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영천별무리아트센터는 지난 2일 센터 실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추석맞이 전통문화 체험행사 ‘소원, 다시 빛나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영천 리:밋[RE:MEE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지역 어린이들이 전통문화를 놀이와 예술로 자연스럽게 접하고 일상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는 영천 지역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원생, 보호자, 지역 주민 등 약 300명이 참여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단순히 전통문화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놀이하고 만들고 공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돼 행사장 곳곳에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활기찬 움직임이 이어졌다.
행사의 첫 프로그램은 ‘전통놀이 체험’이었다. 제기차기와 투호놀이, 굴렁쇠 굴리기 등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전통놀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참가자들은 모둠별로 이동하며 다양한 놀이를 경험했고 서로 놀이 방법을 알려주거나 자연스럽게 경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전통놀이는 별도의 설명을 길게 듣지 않아도 몸을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제기를 차고, 투호를 던지고, 굴렁쇠를 굴리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전통놀이의 재미를 경험하는 동시에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통문화가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인 ‘소원등 만들기 체험’은 이번 행사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은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 자신의 소원을 비는 우리 전통 세시풍속에서 착안했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소원과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소원등에 담으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했다.
어린이들의 연령과 안전을 고려한 세심한 운영도 눈길을 끌었다. 가위와 글루건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도구는 스태프가 직접 사용했으며 어린이들이 표현하고 싶은 소원 문구는 보조교사가 대필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안전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생각과 상상력을 작품에 표현할 수 있었다. 완성된 소원등에는 저마다 다른 어린이들의 마음이 담겼다. 가족을 위한 소원, 친구와 관련된 소원, 자신의 꿈에 대한 소원 등 아이들의 다양한 바람이 하나의 공간에 모였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완성된 소원등에 불을 밝히는 점등식도 진행됐다.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소원등이 하나둘 빛을 밝히면서 행사장에는 추석의 따뜻한 정취가 더해졌다.
완성된 소원등은 이후 각 학급에 전시될 예정으로 행사 이후에도 어린이들이 자신의 문화체험을 기억하고 친구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의 대미는 퓨전 국악팀 ‘가야스토리’의 참여형 공연이 장식했다. 가야금, 장구, 해금 등 전통악기가 만들어내는 우리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에 어린이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동요와 아리랑을 더해 공연의 문턱을 낮췄다.
특히 이번 공연은 어린이들이 객석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노래하고 장단을 따라 하도록 구성됐다.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 불렀고, 국악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치며 공연에 참여했다.
공연과 관람의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이었다. 전통악기의 소리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도 음악을 어렵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동요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국악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전통문화가 특정 세대만의 문화가 아니라 어린이들도 즐겁게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생활문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소원, 다시 빛나다’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추석을 기념하는 일회성 체험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 어린이들이 생활권 가까이에 있는 문화공간을 찾아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문화적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전통놀이, 만들기, 국악 공연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연결함으로써 어린이들이 보고, 듣고, 움직이고, 만들고, 함께하는 종합적인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문화예술을 특정 시설이나 전문가 중심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일상 속으로 확장하는 지역문화 사업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이 잊혀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즐기면서 명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아이들이 놀이와 체험을 통해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완산뜨락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채광길 이사장은 “추석을 앞두고 아이들이 전통문화를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명절의 의미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어린이집과 긴밀히 협력해 어린이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영천 리:밋[RE:MEET]’의 지역문화 확산 취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영천 리:밋[RE:MEET]’은 영천별무리아트센터를 거점으로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2026년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첫째·셋째 주 수요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문화공간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이 모이고, 어린이부터 보호자와 지역 주민까지 세대가 함께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지역문화 거점 공간으로서 별무리아트센터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번 ‘소원, 다시 빛나다’ 역시 추석이라는 지역의 생활문화와 전통문화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과 공연으로 연결했다. 전통이라는 과거의 문화유산을 현재의 어린이들이 직접 경험하고 즐기는 문화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지역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행사장에 모인 300여명의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이날의 경험은 단순한 하루의 체험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제기를 차고 투호를 던지며 친구들과 웃었던 기억, 자신의 소원을 담아 만든 소원등, 국악 연주에 맞춰 함께 부른 아리랑까지. 어린이들이 경험한 작은 순간들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친숙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한 소원등이 각 학급에 전시되면서 행사의 기억은 일상으로 이어진다. 문화행사에서 얻은 경험이 행사장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어린이집이라는 생활공간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소원, 다시 빛나다’라는 이름처럼 이날 별무리아트센터에서 밝혀진 것은 소원등만이 아니었다. 잊혀가던 전통문화가 어린이들의 놀이와 웃음 속에서 다시 빛났고, 지역문화가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밝혀졌다.
앞으로도 ‘영천 리:밋[RE:MEET]’을 통해 별무리아트센터가 지역 주민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문화를 만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생활문화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