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지역 응급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해 온 영남대학교의과대학부속영천병원(이하 영천영대병원)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으로 9월 한 달간 일부 시간대 운영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지역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응급실 전담의사 인력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병원 측은 9월 중 특정 날짜와 시간대에 응급실을 일시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내용의 안내를 내놓았다. 사실상 24시간 응급의료체계에 일부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휴진 시간이 의료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는 주말과 야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확인된 안내에 따르면 9월 6일과 13일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응급실 운영이 중단된다. 또 9월 11일 금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12일 토요일 오전 8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시간대에도 휴진이 예정돼 있다.
응급실 운영 공백은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월 말부터 10월 초로 이어지는 시기는 추석 연휴와 맞물려 있어 지역사회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응급환자는 날짜를 골라서 발생하지 않는다”지역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응급환자 발생과 응급실 운영시간이 서로 맞지 않을 경우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중증 외상, 심정지 등은 분 단위 대응이 중요한 대표적인 응급질환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신속한 초기 처치와 전문적인 응급의료, 필요한 경우 상급병원으로의 전원까지 한꺼번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역 응급실이 문을 닫는 시간대에 중증환자가 발생하면 119 구급대가 다른 지역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영천에서 대구·경산·경주 등 인근 지역으로 환자를 이송할 경우 이동시간이 추가로 발생하고 해당 지역 응급실의 수용 여건에 따라 또 다른 대기 또는 전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 영천시민은 “사고나 갑작스러운 질환은 평일 낮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며 “응급실이 필요한 순간에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천영대병원, 수년째 이어진 ‘지역 필수의료의 한계’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달간의 응급실 운영 일정 변경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천영대병원은 영천지역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지역 의료안전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환자 수 감소, 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병원의 경영 여건이 악화돼 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과거에도 병원의 누적 적자와 응급실 운영 문제, 병원 매각 가능성 등이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거론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응급실 운영을 둘러싼 의사 구인난과 적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역 언론 보도에서도 응급실 전담의사 확보의 어려움과 병원의 경영 부담이 함께 제기됐다.
병원 홈페이지에서도 응급실 진료와 함께 내과 등 필수 진료과 운영이 안내되고 있어 지역에서 종합병원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응급실 부분 휴진은 특정 의료진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역 중소도시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의료기관 경영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진도 “인력 부족이 근본 원인” 호소의료계에서는 응급실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휴진 기간에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응급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의료진 부족”이라며 “겉으로 드러난 응급실 휴진 일정만 볼 것이 아니라 왜 지역에서 응급의료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지, 병원이 어떤 구조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적정한 인력으로 24시간 응급실을 유지하려면 의료진에게 상당한 업무 부담이 발생한다. 반대로 인력 확보를 위해 높은 인건비를 부담할 경우 병원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고정비용에 비해 의료수익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지방 응급의료기관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천시 “119 이송·인근 의료기관 이용”…그러나 한계도영천시와 병원 측은 응급실 휴진 시간에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119 구급대를 통한 이송이나 인근 지역 의료기관 이용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응급환자는 단순히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수용 가능한 병원을 신속하게 찾아야 하고 해당 병원에서 실제 치료가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구급차 이동시간과 타 지역 응급실의 병상·의료진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추석과 같은 대규모 이동 시기에는 교통량 증가에 따른 이송시간 지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응급실 부분 휴진을 계기로 영천시가 단순한 휴진 안내를 넘어 지역 응급환자 발생 시 어느 병원으로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이송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상 대응체계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응급실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영천 의료체계의 문제”지역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영천영대병원 한 곳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응급실은 지역 의료체계에서 최종적인 안전망 역할을 한다. 응급실 운영이 불안정해질 경우 외래 진료, 입원, 수술, 중환자 치료 등 다른 의료서비스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천처럼 대도시에 비해 의료기관과 전문의 수가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특정 의료기관의 기능 약화가 지역 전체 의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에 따라 영천시와 경북도, 관계 기관, 영천영대병원 등이 참여하는 지역 응급의료 협의체를 통해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휴진 시간대의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정비하고 인근 대구·경산·경주권 의료기관과의 비상 연락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중증응급환자 발생 시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재정 지원과 함께 지역 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필수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에서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나”…커지는 시민 불안이번 사태가 지역사회에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결국 하나다. 영천에서 갑자기 크게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응급환자에게는 병원의 숫자보다 ‘지금 당장 치료받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응급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시간에는 지역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지만 특정 시간대에 운영이 중단되면 시민들은 그 순간부터 다른 지역의 의료체계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동시간과 의료기관 선정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번 영천영대병원 응급실 부분 휴진은 지역 필수의료가 더 이상 당연히 유지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전문 의료인력 확보가 어렵고 병원 경영마저 악화되는 상황에서 응급실 운영을 의료기관의 책임만으로 떠넘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응급실을 유지하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시설을 갖춰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며 “지역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인 만큼 지자체와 정부, 의료기관이 각각의 책임을 나누는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천영대병원 응급실의 9월 부분 휴진이 일시적인 인력난으로 끝날지 아니면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 될지는 앞으로의 대응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휴진 일정을 알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이 문을 닫는 시간에도 영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