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혁신은 거창한 구호보다 현장에서 시작된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불편과 위험을 발견하고 이를 기술과 제도로 개선해 나갈 때 행정은 한 단계 진화한다.
영천시가 이러한 ‘현장형 적극행정’의 모범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장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공무원이 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데 이어 민간 상용화와 로열티 수익까지 창출하면서 적극행정의 성과를 행정 효율과 지방재정 확충으로 연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화북면 조영흔 주무관이다. 15년간 현장 행정을 담당해 온 조 주무관은 업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위험 요소와 작업상의 비효율을 단순한 불편으로 넘기지 않았다. 현장에서 필요한 해결책을 직접 고민하고 기술화한 결과, 두 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첫 번째 특허인 ‘차량부착식 공간자유형 다목적 작업대’는 1톤 트럭 전면에 로봇팔 형태의 장비를 장착해 제초와 정지 등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기계화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직접 접근해야 했던 위험 작업을 기계가 대신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 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영천시는 이를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기계장비 분야 특허를 보유하는 성과도 거뒀다.
두 번째 특허인 ‘염화칼슘 용액 제조 장치’는 장기간의 현장 실증을 거쳐 탄생했다. 조 주무관은 약 9년에 걸쳐 제설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며 기존 제설 방식의 한계를 개선했고 이를 특허 기술로 발전시켰다.
특히 이 기술은 행정 내부의 개선에 머물지 않았다. 최근 민간기업을 통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영천시는 통상실시권 협약을 체결하고 선급금 2천만 원과 연 매출액의 8%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공무원의 현장 아이디어가 특허라는 지식재산으로 발전하고 다시 민간의 제품·서비스로 상용화돼 지방자치단체의 수익으로 환원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적극행정의 성과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던진다. 적극행정이 단순히 민원 처리 속도를 높이거나 행정절차를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공공부문이 보유한 현장 전문성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천시의 변화는 특정 공무원 개인의 성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는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행정의 핵심 역량으로 보고 이를 조직문화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토목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자격으로 평가받는 토목시공기술사와 토질및기초기술사 자격을 모두 보유한 권병균 역세권개발추진단장, 영천시 현직 공무원 최초로 건축사 시험에 합격한 김인수 시립박물관팀장 등 전문성을 갖춘 공직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행정의 전문성과 정책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인적 역량은 복잡해지는 지방행정 환경에서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도시개발, 건설, 안전, 환경, 문화 등 행정의 영역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될수록 단순한 업무 숙련을 넘어 현장을 이해하고 기술과 정책을 연결할 수 있는 공직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천시는 2026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평가에서도 조영흔 주무관의 사례를 최우수 사례로 선정하며 성과를 인정했다.
김병삼 영천시장은 “기존 관행을 넘어서는 적극행정과 전문성이야말로 행정 신뢰를 받치는 가장 튼튼한 기둥”이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시정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과 보상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천시의 사례는 지방정부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이 결국 사람과 현장 경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발견한 작은 문제를 지나치지 않고 기술로 해결하고 그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며 민간과 연계해 사업화하는 과정은 지방행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공공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민간시장에 진출하고 그 성과가 다시 지방재정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은 ‘적극행정→지식재산 창출→민간 상용화→재정수익’이라는 새로운 행정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관행을 따르는 행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만들어내는 행정으로 영천시가 추진하는 적극행정의 방향은 결국 ‘일을 처리하는 공직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공직사회’로의 전환에 맞닿아 있다.
지방소멸과 재정 여건 악화라는 현실 속에서 지자체의 행정 혁신이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요구되는 가운데 영천시의 현장 중심 적극행정이 다른 지방정부에도 새로운 정책적 영감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