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학생들이 15개월간 수행한 고등균류 육종 연구가 새로운 버섯 품종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며 전국과학전람회 무대에 오른다.
영천성남여자고등학교(교장 김창영)는 '제72회 경북도과학전람회' 학생부 생물 분야에서 특상을 수상해 경북도 대표로 전국과학전람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고 가운데 유일하게 경북 대표로 선발되면서 학교 현장의 탐구 중심 과학교육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영천시 기룡산에서 자생하는 개암버섯(
Hypholoma lateritium)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연구팀은 자연에서 채집한 개체로부터 단포자를 분리한 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분양받은 느타리버섯(
Pleurotus ostreatus) 균주와의 속간(屬間) 교배 가능성을 탐색했다.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자생 유전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버섯 품종 개발의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데 있다.
연구를 수행한 양아성, 김서윤, 권나현(2학년) 학생은 과학전문 교사인 김종문 교감의 지도를 받아 균주 채집, 순수 분리, 배양, 단포자 분리, 균사 생장 특성 분석, 교잡 실험, 결과 분석에 이르기까지 연구 전 과정을 직접 수행했다. 단순한 실험 체험 수준이 아닌 실제 생명공학 연구에서 활용되는 실험기법과 연구 절차를 학교 현장에서 구현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포자 분리부터 교잡 실험까지…연구자가 되는 15개월버섯 육종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는 단포자 분리이다. 버섯이 방출한 포자 가운데 하나의 포자로부터 새로운 균주를 얻어야 유전적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조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야외에서 채집한 개암버섯으로부터 포자를 확보하고, 무균 환경에서 단포자를 분리해 안정적인 균주를 확보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후 확보한 균주의 생장 속도와 형태를 비교 분석하며 우수 균주를 선발하고 느타리버섯 균주와의 교잡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과정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도 적지 않았다. 균사의 생장이 멈추거나 오염이 발생하는 사례, 교잡이 기대한 형태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도 반복됐다. 학생들은 실험 조건을 하나씩 수정하며 실패 원인을 분석했고, 배양 조건과 실험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연구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반복 실험을 통해 단포자 분리 기술의 효율을 높였으며 속간 교배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탐색하는 기초자료를 확보했다.
지역 자생 유전자원의 가능성에 주목이번 연구가 주목받은 이유는 기존 연구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영천 지역에 자생하는 개암버섯이라는 지역 생물자원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해 유전자원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는 지역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물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또 단포자 분리 기술을 개선하고 서로 다른 속에 속하는 버섯 간 교배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향후 버섯 육종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창의성과 탐구의 완성도를 인정받아 특상을 수상했다.
"실패를 통해 연구자의 자세를 배웠습니다"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무엇보다 연구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학생들은 "실험은 교과서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반복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조건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연구가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며 "전국과학전람회에서도 연구의 의미와 우수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교사인 김종문 교감은 "학생들이 연구 주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15개월 동안 꾸준히 실험을 반복한 결과가 이번 성과로 이어졌다"며 "과학은 정답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이 몸소 체험한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교육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김창영 교장 역시 "학생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지도교사의 헌신이 만들어 낸 매우 뜻깊은 성과"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탐구 중심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미래 과학인재 양성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이어질 도전이번 연구는 고등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수행한 탐구 활동이 지역 과학기술 발전과 생명자원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학생들은 전국과학전람회에서 그동안 축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지역 자생 버섯 유전자원의 활용 가능성과 버섯 육종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종문 교감은 "학생들이 연구를 통해 단순히 수상 실적을 쌓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학자의 사고방식을 익혔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학교 과학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홍 영천성남여고학교운영위원장도 “과학고가 아닌 일반고에서 경북도 대표로 나가는 것은 주목할 사항”이라며 “이는 교장 선생님과 지도교사, 그리고 학생들의 끊임없는 땀과 노력이 모아졌기 때문”이라며 응원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