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천시장 경선 이후 이어져 온 지역 정치권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유지해왔던 김섭 변호사가 28일 장문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심경과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다.
김 변호사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역 사회의 갈등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오랫동안 침묵해왔지만 이제는 시민들과 당원들에게 진심을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경선 이후 자신과 지지자들을 향해 이어졌다는 원색적 비난과 배척 분위기에 대해 깊은 상처와 참담함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정치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경쟁과 비판도 가능하지만 최소한의 존중과 품격은 지켜져야 한다”며 “저와 함께했던 시민들과 지지자들을 향해 ‘떨거지’, ‘양아치’라는 표현까지 사용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하며 비판은 감수할 수 있지만 시민을 조롱하고 사람의 인격까지 모욕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오만”이라고 강조했다.
■ “당원은 줄 세우기 대상 아니다”… 지역 정치문화 정면 비판이번 입장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역 정치문화에 대한 김 변호사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정당은 당원들이 주인인 공당이지 특정인의 사조직이 아니다”라며 “당원은 줄 세우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공당은 서로 다른 의견을 품고 함께 가야 할 공간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선 과정 이후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당원들조차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현재 영천 정치권 내부에 형성된 갈등 구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경선 후유증 차원을 넘어 영천 국민의힘 내부 권력구조와 정치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공개적 문제제기로 해석하고 있다.
■ “최기문 시장은 수차례 찾아와”… 사실상 공개 지지이번 입장문에서 정치권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대목은 최기문 영천시장에 대한 김 변호사의 평가다. 김 변호사는 “최기문 시장은 수차례 직접 찾아왔고, 제가 만나드리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제 정책과 공약을 시정 방향에 반영하며 진심과 정성을 보여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는 모욕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탈당 요구와 강한 대응 요구도 많았지만 지역 정치가 더 큰 분열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사실상 최 시장에 대한 공개적 지지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김 변호사가 “누가 어느 편에 섰느냐보다 누가 시민을 위해 더 헌신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밝힌 부분은 향후 영천시장 선거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김섭 변호사는 보수 성향 시민사회와 당원 조직 내 상징성이 상당한 인물”이라며 “이번 입장문은 단순한 개인 심경 발표를 넘어 지역 보수진영 재편 흐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고소·고발 취하만 바랐다”… 김섭 측 억울함 호소김 변호사는 특히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시민들과 당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문제가 끝내 철회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지자들이 원했던 것은 거창한 자리나 정치적 거래가 아니었다”며 “단 하나, ‘고소와 고발만이라도 취하해 달라’, ‘이제는 서로 적으로 남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그 외 어떤 조건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인 출신인 그는 “법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사람을 영원한 적으로 만들고 법으로 서로를 압박하는 정치가 지역 공동체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는 단순한 정치적 불만을 넘어, 인간적 배신감과 지역 공동체 붕괴에 대한 깊은 우려가 묻어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만희 의원 향해 공개 질문… “공정경선 자신 있나”이번 입장문에서 가장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이만희 국회의원을 향한 공개 질의다. 김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직접 실명을 거론하며 “이번 경선 과정이 과연 당의 지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또 “경선 이후 당원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이 있었느냐”, “상대를 굴복시키는 정치가 아니라 함께 가기 위한 손을 내민 적이 있었느냐”고 연이어 질문을 던졌다. 이는 사실상 경선 과정 전반과 이후 당내 통합 과정에 대한 공개적인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 변호사가 “갈등을 키우고 혐오와 배척을 조장하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를 이용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은 현 지역 정치권 운영 방식 전반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 “증오보다 화해”… 통합 강조하며 마무리김 변호사는 입장문 말미에서 “끝까지 증오보다 화해를, 배척보다 통합을, 갈등보다 상식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힘으로 누르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을 존중하고 다른 의견도 품을 줄 아는 큰 정치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부패한 관료세력과 업자들의 유착으로 영천이 다시 더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이번 선거의 시대정신을 ‘정치 쇄신과 통합’으로 규정했다. 이번 김섭 변호사의 입장 발표는 단순한 개인 심경 고백을 넘어 영천 보수정치 내부의 갈등 구조와 향후 권력 재편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침묵을 유지해왔던 김 변호사가 공개적으로 최기문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밝히고 이만희 의원 측에 공정성과 통합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권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입장을 요구했으나 현재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