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홈 오피니언 칼럼

포기인가, 내려놓음인가. 한 정치인의 선택이 던지는 질문

이용기 기자 입력 2026.05.12 14:35 수정 2026.05.13 11:21

↑↑ 이용기

최근 한 지방정치인이 차기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공적 책임과 가치에 대한 ‘내려놓음’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정치 현실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선택은 개인의 진로를 넘어 공공의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의 ‘불출마 선언’은 흔히 패배의 예감이나 정치적 계산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결이 다릅니다. 그는 입장문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음에도 권력의 연장선이 아닌 시민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것은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선택, 즉 ‘포기’가 아니라 ‘내려놓음’에 가까운 결단입니다.

오늘날 정치의 한 단면은 지나치게 ‘눈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심기를 살피는 정치, 비판을 두려워해 침묵하는 정치, 공익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정치, 이러한 모습은 종종 비굴함으로 비춰지며 정치 불신을 심화시켜 왔습니다.

반면 이번 선택은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합니다. 권력을 내려놓고 직위를 벗어나며 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선언 이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묻는 행위입니다.

그 정치인은 ‘낮은 자세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표현은 상징적입니다. 정치에서의 낮아짐은 패배가 아니라 성찰이며 후퇴가 아니라 재정립입니다. 오히려 이런 선택은 정치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드문 계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시민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권력을 위해 남고, 누가 가치를 위해 떠나는지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과’가 아니라 ‘이유’입니다. 정치인의 행보를 평가할 때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봅니다. 당선 여부, 직위 유지, 영향력의 크기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왜 그 선택을 했는가입니다. 두려움에서 물러난 것인지, 더 큰 책임을 위해 비워낸 것인지 이 차이는 단순한 정치적 판단을 넘어 그 사람의 정치 철학을 드러냅니다.

정치가 다시 신뢰를 얻기 위해 이번 사례는 한 개인의 결단을 넘어 우리 정치 전반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인가, 아니면 공공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정치의 본질인가?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내려놓는 용기가 붙잡는 집념보다 더 큰 정치일 수 있다.

모든 멈춤이 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멈춤은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가장 단단한 선택입니다.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 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이 결단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정치 전반에 작은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균열 사이로 조금 더 정직하고, 조금 더 낮아진 정치가 스며들기를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영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